1
00:00:03,704 --> 00:00:06,040
[파도 소리]

2
00:00:42,618 --> 00:00:44,745
[무거운 음악]

3
00:01:07,101 --> 00:01:08,811
(정조) 네가 약전이로구나

4
00:01:11,397 --> 00:01:14,900
내가 자네를 뽑으려고
증광 별시를 연 모양이다

5
00:01:17,194 --> 00:01:18,487
벼슬은 안 하겠다더니

6
00:01:19,321 --> 00:01:21,031
어찌 마음을 바꿨느냐?

7
00:01:22,032 --> 00:01:23,534
출세를 하지 않고 어찌

8
00:01:24,285 --> 00:01:26,620
어진 군주를 섬길 수 있겠사옵니까

9
00:01:27,663 --> 00:01:28,831
{\an8}입에 발린 소리를

10
00:01:30,749 --> 00:01:32,001
{\an8}천연덕스럽게 하는구나

11
00:01:34,336 --> 00:01:35,796
(정조) 가까이 보니

12
00:01:35,879 --> 00:01:37,423
형이 아우보다 낫다

13
00:01:38,799 --> 00:01:41,260
너희 집안이 서학에
관심을 갖는 것은

14
00:01:41,343 --> 00:01:42,595
나무랄 일이 아니야

15
00:01:42,678 --> 00:01:43,596
하지만

16
00:01:45,264 --> 00:01:47,308
그 일로 관료들의
눈 밖에 나는 것은

17
00:01:47,391 --> 00:01:48,642
조심할 일이다

18
00:01:49,310 --> 00:01:53,147
벼슬한 선비에게
가장 중요한 덕목이 뭔지 아느냐?

19
00:01:55,024 --> 00:01:56,525
버티는 것이야

20
00:01:59,278 --> 00:02:02,531
사방에서 칼이 들어오고
오물을 뒤집어써도

21
00:02:02,615 --> 00:02:04,033
버텨 내는 것이야

22
00:02:05,367 --> 00:02:08,579
내 너희 형제들을
긴히 쓸 날이 있을 것이니

23
00:02:09,788 --> 00:02:11,790
무슨 일이 있어도 버텨야 한다

24
00:02:14,585 --> 00:02:15,753
알겠지?

25
00:02:18,964 --> 00:02:21,967
성은이 망극하옵니다

26
00:02:24,178 --> 00:02:25,054
(승훈) 성부와

27
00:02:25,763 --> 00:02:26,972
성자와

28
00:02:27,765 --> 00:02:29,642
성신의 이름으로

29
00:02:31,018 --> 00:02:32,978
세례자 요한에게

30
00:02:33,062 --> 00:02:34,772
세례를 주노라

31
00:02:35,814 --> 00:02:38,651
우리 주
예수 그리스도의 아버지이신

32
00:02:38,734 --> 00:02:40,611
전능하신 창조주…

33
00:02:41,570 --> 00:02:42,905
(환지) 정약전

34
00:02:43,864 --> 00:02:45,240
정약종

35
00:02:46,158 --> 00:02:47,117
{\an8}정약용

36
00:02:47,618 --> 00:02:49,244
{\an8}이 삼 형제들은

37
00:02:50,245 --> 00:02:53,457
사학의 뿌리가 되어
나라를 어지럽히는 흉인들이오니

38
00:02:54,291 --> 00:02:56,418
의금부에 명을 내려

39
00:02:57,378 --> 00:02:59,838
나라의 기강을 바로잡으소서

40
00:03:01,006 --> 00:03:02,883
선왕께서 승하하신 지

41
00:03:04,635 --> 00:03:06,553
1년도 되지 않았는데

42
00:03:06,637 --> 00:03:08,931
{\an8}(순조) 어찌 선왕께서
아끼시던 신하들을…

43
00:03:09,014 --> 00:03:10,599
{\an8}(정순대비) 사학에 대한 일은

44
00:03:11,642 --> 00:03:14,228
진실로 나의 뜻에 부합됩니다

45
00:03:14,978 --> 00:03:18,232
그들을 엄히 다스리는 것은
매우 중한 일이니

46
00:03:19,692 --> 00:03:22,027
속히 잡아들여야 합니다

47
00:03:26,115 --> 00:03:27,658
잡아들이세요

48
00:03:28,951 --> 00:03:30,452
{\an8}[긴장되는 음악]

49
00:03:40,504 --> 00:03:43,007
정약종이 잡으러
마재에 가는 길이오?

50
00:03:44,341 --> 00:03:46,260
[말 울음]
(금부도사) 그렇소

51
00:03:46,343 --> 00:03:47,636
그걸 어찌 아시오?

52
00:03:48,554 --> 00:03:50,347
(약종) 내가 정약종이오!

53
00:03:50,848 --> 00:03:53,225
내 형과 아우가 잡혔단 말을 듣고

54
00:03:53,308 --> 00:03:55,853
지금 의금부로 가던 참이니 잘됐소

55
00:03:56,812 --> 00:03:57,688
같이 갑시다

56
00:03:57,771 --> 00:03:59,773
(금부도사) 야, 야, 야
잡아, 잡아!

57
00:04:00,482 --> 00:04:01,900
어서 가서 묶어라, 묶어!

58
00:04:01,984 --> 00:04:03,652
(약종) 나에게 천주교는

59
00:04:03,736 --> 00:04:06,905
지극히 바른 것이요
진실한 도라 믿기에

60
00:04:08,282 --> 00:04:09,992
[풀벌레 울음]
나라에서 금한 이후로도

61
00:04:10,075 --> 00:04:12,661
나는 바꾸려는 생각이
조금도 없었소

62
00:04:16,248 --> 00:04:18,042
{\an8}다만 내 형과 아우가

63
00:04:18,709 --> 00:04:20,544
천주교를 배우려 하지 않은 것이

64
00:04:21,045 --> 00:04:22,421
한스러울 뿐이오

65
00:04:22,504 --> 00:04:26,008
(환지) 죽음을
두려워하지 않는 것은 가상하지만

66
00:04:26,550 --> 00:04:29,636
형제를 두둔함은
가증스러운 일이다

67
00:04:30,721 --> 00:04:33,307
약용은 어찌 변명할지 궁금하네

68
00:04:36,060 --> 00:04:38,270
위로는 임금을 속일 수 없고

69
00:04:39,646 --> 00:04:42,149
아래로는 형을
증거로 삼을 수 없으니

70
00:04:43,358 --> 00:04:46,570
(약용) 나는 오직 죽음밖에는
택할 것이 없소

71
00:04:47,362 --> 00:04:50,282
(병모) 이곳이 형제간의 의리를
자랑하는 곳이냐?

72
00:04:51,241 --> 00:04:52,201
약전

73
00:04:53,494 --> 00:04:55,412
너도 자랑만 늘어놓을 것이냐?

74
00:04:57,956 --> 00:04:58,832
나는!

75
00:05:00,000 --> 00:05:02,127
사학 하는 사람들이 원수요!

76
00:05:03,545 --> 00:05:05,089
(약전) 나한테
관원 몇 명만 붙여 준다면

77
00:05:05,172 --> 00:05:06,632
열흘 안에!

78
00:05:06,715 --> 00:05:08,842
사학의 뿌리를 뽑아 바치겠소

79
00:05:17,851 --> 00:05:19,728
(약용) 형님은
마음에도 없는 소리를

80
00:05:20,687 --> 00:05:22,439
어찌 그리 당당히 하셨습니까?

81
00:05:24,441 --> 00:05:25,484
(약전) 미안하네

82
00:05:27,402 --> 00:05:30,114
나 같은 배교자가
순교자가 되는 것을

83
00:05:31,406 --> 00:05:33,659
천주님도 원치 않으실 것 아닌가

84
00:05:35,202 --> 00:05:39,039
(시수) 정약전이 저렇게 나오면
정약용을 죽일 명분이 없지 않소?

85
00:05:39,122 --> 00:05:40,415
(용보) 무슨 소리요

86
00:05:40,499 --> 00:05:42,709
천 명을 죽여도
정약용이 하나를 못 죽이면은

87
00:05:42,793 --> 00:05:45,045
한 명도 못 죽인 거나
마찬가지요

88
00:05:45,128 --> 00:05:47,214
(환지) 조카사위 황사영은
아직 안 잡혔소?

89
00:05:47,965 --> 00:05:50,551
(시수) 조선 팔도를
쥐 잡듯이 뒤지는 중입니다

90
00:05:50,634 --> 00:05:53,053
(환지) 황사영만 잡히면
죽일 명분이 생길 것이니

91
00:05:53,846 --> 00:05:55,556
둘은 일단 유배 보내고

92
00:05:56,139 --> 00:05:57,933
정약종이 목부터 칩시다

93
00:05:59,935 --> 00:06:02,229
[무거운 음악]

94
00:06:02,312 --> 00:06:04,398
(사영) 예수 그리스도의
성스러운 이름이

95
00:06:04,940 --> 00:06:07,943
{\an5}[풀벌레 울음]
이 나라에서
아주 끊어져 버리려 합니다

96
00:06:11,071 --> 00:06:13,448
{\an8}이 사실을 교황께 자세히 알리어

97
00:06:14,116 --> 00:06:16,535
저희를 구원할 수 있게
해 주십시오

98
00:06:16,618 --> 00:06:18,537
[쓱쓱 베는 소리]

99
00:06:18,620 --> 00:06:20,914
{\an5}(구경꾼) 저것들은
조상 제사도 안 지낸다며?
[구경꾼들이 웅성거린다]

100
00:06:20,998 --> 00:06:22,583
저런 세상 물 흐리는 것들은

101
00:06:22,666 --> 00:06:24,585
다 씨를 말려야 해, 응?

102
00:06:25,335 --> 00:06:27,129
우리를 비웃지 마시오

103
00:06:27,212 --> 00:06:28,839
[무거운 음악]

104
00:06:31,008 --> 00:06:32,259
심판의 날이 오면

105
00:06:32,342 --> 00:06:35,178
우리의 고통은
즐거움으로 변할 것이고

106
00:06:36,305 --> 00:06:39,099
(약종) 당신들의 웃음은
고통이 될 것이니

107
00:06:40,017 --> 00:06:41,184
비웃지 마시오!

108
00:06:41,935 --> 00:06:44,271
(형리) 예수쟁이들의 말을
귀담아듣지 마시오!

109
00:06:45,105 --> 00:06:46,231
집행하라

110
00:06:50,694 --> 00:06:52,446
땅을 내려다보고 죽느니

111
00:06:54,156 --> 00:06:55,908
하늘을 우러러보며 죽겠다

112
00:06:57,200 --> 00:06:58,869
(사영) 조선에서 10년 동안

113
00:06:59,369 --> 00:07:00,913
[잘그랑거리는 소리]
순교한 이가 매우 많아

114
00:07:02,581 --> 00:07:04,249
심지어 교회의 신부와

115
00:07:04,875 --> 00:07:07,628
나라의 중신들까지도
죽음을 당하였습니다

116
00:07:09,338 --> 00:07:10,797
[망나니의 기합]

117
00:07:11,381 --> 00:07:13,217
주여!
[날카로운 효과음]

118
00:07:14,218 --> 00:07:16,094
(사영) 주교님께서 할 수 있다면

119
00:07:16,803 --> 00:07:18,138
군함 수백 척과

120
00:07:18,680 --> 00:07:23,018
정예 군사 오륙만 명과
대포 등 무기를 싣고 와

121
00:07:23,685 --> 00:07:24,853
조정을 압박하면…

122
00:07:26,063 --> 00:07:27,356
[밤새 울음]

123
00:07:27,439 --> 00:07:31,026
(병모) 너희 집안의 조카사위
황사영이 쓴 이 글을 보면

124
00:07:31,777 --> 00:07:33,528
천주교를 빙자해서

125
00:07:33,612 --> 00:07:35,656
나라를 통째로
서양 놈들에게 넘기겠다는

126
00:07:35,739 --> 00:07:37,324
대역 중의 대역이다

127
00:07:37,407 --> 00:07:40,410
같은 신앙을 가진 너희 또한
같은 생각일 것이 아니냐!

128
00:07:40,494 --> 00:07:41,745
(약전) 우리 형제들이

129
00:07:43,205 --> 00:07:46,500
황사영과 주고받은 편지까지
다 보지 않으셨소!

130
00:07:46,583 --> 00:07:48,126
거기에 황사영과 같은 생각이

131
00:07:48,210 --> 00:07:50,379
단 한 글자라도 있다면
보여 주시오!

132
00:07:53,048 --> 00:07:55,175
내 동생 정약용이 선왕 앞에서

133
00:07:56,093 --> 00:08:00,013
천주교를 버렸다고 맹세했음은
당신들도 잘 알고 있지 않소!

134
00:08:00,973 --> 00:08:01,848
그런데도

135
00:08:03,475 --> 00:08:05,269
내 동생을 죽이겠다고 하는 것은

136
00:08:05,811 --> 00:08:06,687
정조 대왕의 유지를

137
00:08:06,770 --> 00:08:08,897
완전히 지워 버리겠다는 것
아니겠소!

138
00:08:12,234 --> 00:08:14,903
당신들의 의도를
백성들이 모를 것 같소?

139
00:08:17,739 --> 00:08:18,657
(용보) 아니, 아니, 아니

140
00:08:18,740 --> 00:08:20,826
정약용이 그놈 하나를
못 죽인단 말이오?

141
00:08:21,368 --> 00:08:23,996
(시수) 유배나 멀리 보내
세상에서 잊히게 합시다

142
00:08:24,496 --> 00:08:26,957
약용은 저 바다 끄트머리 흑산도

143
00:08:27,040 --> 00:08:28,875
약전은 전라도 땅끝 강진

144
00:08:28,959 --> 00:08:29,793
(환지) 아니

145
00:08:32,087 --> 00:08:34,172
약전을 흑산도로 보냅시다

146
00:08:35,215 --> 00:08:36,091
이제 보니

147
00:08:36,717 --> 00:08:38,719
형이 더 위험한 인간이오

148
00:08:40,637 --> 00:08:42,681
[새가 지저귄다]
[차분한 음악]

149
00:08:46,435 --> 00:08:48,854
(약전) 도성에서 뱃길로 구백 리

150
00:08:48,937 --> 00:08:50,897
섬 둘레가 삼십오 리

151
00:08:50,981 --> 00:08:53,066
가호 수는 이백팔십삼 호
[뻐꾸기 울음]

152
00:08:53,984 --> 00:08:55,902
남자가 삼백육십일 명

153
00:08:55,986 --> 00:08:58,530
여자가 삼백사십사 명이라…

154
00:08:58,613 --> 00:09:00,157
(약용) 흑산도 말씀이십니까?

155
00:09:01,116 --> 00:09:02,576
(약전) 신기한 일일세

156
00:09:02,659 --> 00:09:05,078
영조 임금 때 쓴
'여지도서'에서 봤을 때는

157
00:09:05,704 --> 00:09:07,622
외울 마음이 전혀 없었는데

158
00:09:08,665 --> 00:09:11,251
어찌 이리도 생생하게
기억이 나냔 말일세

159
00:09:12,377 --> 00:09:14,004
이런 게 운명 아니겠는가?

160
00:09:14,504 --> 00:09:17,549
백 명을 죽이고
사백 명을 유배시켰는데

161
00:09:18,300 --> 00:09:20,886
그 사백 명 안에 든 것도
운명입니까?

162
00:09:22,179 --> 00:09:23,638
욕되게 생각하지 마시게

163
00:09:24,306 --> 00:09:26,850
죽어 욕된 것은
만회할 길이 없지만

164
00:09:26,933 --> 00:09:29,644
(약전) 살아 욕된 것은
살아서 만회할 수가 있네

165
00:09:30,896 --> 00:09:32,564
버틸 때까지 버텨 보세

166
00:09:33,774 --> 00:09:35,567
{\an8}[풀벌레 울음]
[산새 울음]

167
00:09:44,993 --> 00:09:46,912
{\an8}(약용) 초가 주막 새벽 등

168
00:09:48,580 --> 00:09:50,207
{\an8}푸르스레 꺼지려 해서

169
00:09:51,416 --> 00:09:52,626
{\an8}[잔잔한 음악]

170
00:09:53,668 --> 00:09:55,087
{\an8}일어나 샛별 보니

171
00:09:56,254 --> 00:09:57,631
{\an8}이별할 일 참담하구나

172
00:09:59,508 --> 00:10:01,093
{\an8}두 눈만 뜬 채

173
00:10:02,260 --> 00:10:03,720
{\an8}두 입 다 할 말 잃어

174
00:10:05,263 --> 00:10:07,015
{\an8}애써 목청 다듬건만

175
00:10:08,433 --> 00:10:09,351
{\an8}"율정"

176
00:10:09,434 --> 00:10:11,770
{\an8}나오는 건 오열뿐

177
00:10:18,735 --> 00:10:19,569
형님은

178
00:10:21,613 --> 00:10:22,781
웃으시는군요

179
00:10:23,490 --> 00:10:24,449
[살짝 웃는다]

180
00:10:26,368 --> 00:10:28,161
섬에 들어간다 생각하니

181
00:10:29,663 --> 00:10:30,789
두려움보다

182
00:10:31,415 --> 00:10:33,041
설렘이 앞서나 보네

183
00:10:40,507 --> 00:10:41,675
{\an8}[멀어지는 발걸음]

184
00:10:41,758 --> 00:10:43,427
{\an8}(약용) 흑산도 머나먼 곳

185
00:10:44,886 --> 00:10:45,720
{\an8}[울먹인다]

186
00:10:45,804 --> 00:10:47,597
{\an8}바다와 하늘뿐인데

187
00:10:49,474 --> 00:10:51,560
{\an8}형님께서 어찌 그곳으로

188
00:10:53,395 --> 00:10:54,604
{\an8}가시겠소

189
00:11:15,500 --> 00:11:18,336
(진졸1) 야, 뭐 좀 잡히디?
[갈매기 울음]

190
00:11:19,045 --> 00:11:20,839
아따, 이놈 새끼
많이도 잡았다잉?

191
00:11:20,922 --> 00:11:22,757
아따, 거 고만 좀 가져가쇼!

192
00:11:22,841 --> 00:11:24,968
(진졸1) 에헤
거, 나랏일 집행하는디

193
00:11:25,051 --> 00:11:27,012
(창대) 미역 말려도 세금
김 말려도 세금!

194
00:11:27,095 --> 00:11:28,013
[진졸1의 힘주는 소리]

195
00:11:28,096 --> 00:11:29,973
물괴기 잡을 때마다
다 뺏어 가 불면

196
00:11:30,056 --> 00:11:31,558
우리들은 뭐 먹고 살라고
[침을 퉤 뱉는다]

197
00:11:31,641 --> 00:11:32,893
(진졸2) 알았다, 알았어

198
00:11:32,976 --> 00:11:34,436
우리가 뭐 이러고 잪어 이러냐?

199
00:11:35,437 --> 00:11:37,355
쩌그 양반 땜에 우리도 죽겄다

200
00:11:37,439 --> 00:11:39,941
(진졸1) 돈 주고 벼슬 사서
충청도서 여까지 왔는디

201
00:11:40,025 --> 00:11:41,067
본전은 안 뽑고 잪겄냐?

202
00:11:41,151 --> 00:11:43,612
그 충청도에서 잃은 본전을
왜 흑산도서 뽑냐고라!

203
00:11:43,695 --> 00:11:45,447
(진졸1) 아따, 자식
거, 투덜대기는

204
00:11:45,530 --> 00:11:47,282
아나, 아나, 이것도 가져가라

205
00:11:49,326 --> 00:11:50,785
근디 별장까지 나오고 별일이네

206
00:11:51,286 --> 00:11:52,704
(창대) 뭔 일 있어요?

207
00:11:52,787 --> 00:11:54,289
귀헌 손님 온단다

208
00:11:54,372 --> 00:11:55,373
아주 귀헌 손님

209
00:11:56,208 --> 00:11:57,334
쩌그 온다, 쩌그

210
00:12:03,882 --> 00:12:05,342
[사람들이 웅성거린다]

211
00:12:05,425 --> 00:12:07,010
(가거댁) 아니, 저 양반이 뉘신데

212
00:12:07,093 --> 00:12:08,929
별장까지 마중 나왔다요?

213
00:12:09,471 --> 00:12:12,599
(풍헌) 이, 병조 좌랑까지 지낸
명문 사대부라네

214
00:12:12,682 --> 00:12:16,061
동상도 같이 유배를 왔다는디
동상은 강진으로 갔다는구먼그려

215
00:12:16,144 --> 00:12:17,479
(가거댁) 어메메

216
00:12:17,562 --> 00:12:19,898
아, 뭔 죄를 지었길래
여 흑산도까정 왔을까?

217
00:12:19,981 --> 00:12:21,399
(창대) 거시기

218
00:12:21,483 --> 00:12:24,819
거, 천하 인재로 소문난
정씨 형제들 아닌게라?

219
00:12:25,445 --> 00:12:27,364
(풍헌) 음, 니도 안다잉

220
00:12:28,782 --> 00:12:30,158
[풍헌이 연신 혀를 쯧쯧 찬다]

221
00:12:30,242 --> 00:12:32,869
유배 길에 심신이 많이 상했겠네

222
00:12:33,870 --> 00:12:35,747
그래도 육지 사람이라 훤하네

223
00:12:35,830 --> 00:12:36,957
[가거댁이 살짝 웃는다]

224
00:12:43,546 --> 00:12:45,632
흑산 수군진 별장 엄부길이올시다

225
00:12:45,715 --> 00:12:47,968
- 예, 저는…
- (별장) 예, 익히 들어서 아니께

226
00:12:49,052 --> 00:12:50,470
자, 내 말 똑바로들 들어잉

227
00:12:51,096 --> 00:12:52,347
(별장) 이 양반은 말이여

228
00:12:52,430 --> 00:12:54,015
대역죄인인디

229
00:12:54,099 --> 00:12:55,892
[사람들이 술렁인다]
사형을 면허고

230
00:12:55,976 --> 00:12:57,727
귀양을 온 것이여, 귀양

231
00:12:57,811 --> 00:12:59,938
(창대) 뭔 죄를 지었건디
사형까지 가요?

232
00:13:00,438 --> 00:13:02,691
사학죄인이라는디 것이 뭣이냐?

233
00:13:02,774 --> 00:13:04,442
(주민1) 아이, 그, 서양서 들어온

234
00:13:04,526 --> 00:13:06,569
사악한 학문에 빠진 역적들 아니여

235
00:13:08,113 --> 00:13:10,115
아따, 사학죄인이구마이

236
00:13:10,198 --> 00:13:12,659
그라니께
너무 잘해 줄 생각들 말어, 어?

237
00:13:13,702 --> 00:13:15,662
(별장) 이 양반 땜시로
문제가 생기믄

238
00:13:16,246 --> 00:13:18,331
내 신상에도
문제가 생기니께 말이여

239
00:13:18,415 --> 00:13:20,959
각별히 조심들 허고잉, 어?
[사람들이 대답한다]

240
00:13:22,794 --> 00:13:24,504
그랴도 뭐…
[못마땅한 숨소리]

241
00:13:25,088 --> 00:13:27,716
먹여 주고
재워 주기는 해야 할 터인디

242
00:13:28,800 --> 00:13:29,884
누가 할텨, 거시기를?

243
00:13:30,552 --> 00:13:31,761
제가 뫼십지요

244
00:13:31,845 --> 00:13:35,390
그, 글 꽤나 아는 지가
거, 말 상대도 좀 해 드리고, 잉

245
00:13:35,473 --> 00:13:37,517
(주민1) 아, 우리 집도
노는 방 많은디, 응?

246
00:13:37,600 --> 00:13:38,518
- (주민2) 그러면…
- (주민3) 저

247
00:13:38,601 --> 00:13:40,854
(주민3) 우리 집은 방바닥까정
새로 싹 갈았는디

248
00:13:40,937 --> 00:13:42,188
훈훈혀

249
00:13:42,272 --> 00:13:43,606
훈훈허다고, 응

250
00:13:44,399 --> 00:13:46,735
그래, 뭐, 누구 집이든 괜찮은디

251
00:13:46,818 --> 00:13:48,320
나한테 양식 받으러 오면
안 돼여!

252
00:13:49,070 --> 00:13:50,071
(별장) 이?

253
00:13:50,697 --> 00:13:51,698
흑산도는 말이여

254
00:13:53,241 --> 00:13:54,117
하도!

255
00:13:54,784 --> 00:13:58,121
하도 가난해서 나도 하루에
보리밥 두 끼밖에 못 먹응께

256
00:13:58,204 --> 00:14:00,081
[살짝 웃으며] 저희 집서 뫼시고

257
00:14:00,165 --> 00:14:02,876
그, 양식은 동네에서
걷도록 하죠, 뭐, 응

258
00:14:02,959 --> 00:14:04,836
(풍헌) 어찐가들? 잉?
[별장의 한숨]

259
00:14:04,919 --> 00:14:05,879
가거댁

260
00:14:06,421 --> 00:14:07,714
(진졸1) 아, 가거댁은
왜 가만있어?

261
00:14:07,797 --> 00:14:09,841
아래채도 있고 밭뙈기도 있고

262
00:14:09,924 --> 00:14:10,925
내가 봤을 땐 딱인디?

263
00:14:11,009 --> 00:14:12,677
(가거댁) 아, 지금 뭔 소리다요?

264
00:14:12,761 --> 00:14:15,347
여자 혼자 사는디
뭔 일 나면 어쩔라고

265
00:14:21,186 --> 00:14:22,312
뭔 일 없을 겨

266
00:14:25,065 --> 00:14:26,566
(별장) 뭐 하는 겨?
안 뫼시고 가고

267
00:14:27,233 --> 00:14:28,109
어?

268
00:14:29,778 --> 00:14:31,571
어유, 일간 찾아뵙겄습니다

269
00:14:34,115 --> 00:14:34,991
나와요!
[차분한 음악]

270
00:14:36,034 --> 00:14:37,577
훠이, 훠이, 훠이! 비켜

271
00:14:38,495 --> 00:14:42,374
{\an5}[새가 지저귄다]
(가거댁) 마침 창대가
홍어를 실헌 놈으로 잘 잡았네이

272
00:14:42,457 --> 00:14:43,291
(아낙1) 성님

273
00:14:43,375 --> 00:14:45,877
근디 이래도 될랑가 모르겄어

274
00:14:45,960 --> 00:14:46,836
(가거댁) 뭣이?

275
00:14:46,920 --> 00:14:48,755
아니, 별장이
잘해 주지 말라고 그랬는디

276
00:14:48,838 --> 00:14:50,215
[가거댁의 못마땅한 소리]

277
00:14:51,508 --> 00:14:53,426
나라에서 죄인은 죄인이고

278
00:14:53,510 --> 00:14:55,387
우리 집에 온 손님은 손님잉께

279
00:14:55,970 --> 00:14:58,640
(아낙1) 옴마, 아따, 보살 났네
어이구, 참

280
00:14:59,307 --> 00:15:00,433
(약전) 가거댁은

281
00:15:00,517 --> 00:15:02,477
가거도에서 와서 가거댁인가?

282
00:15:03,269 --> 00:15:05,730
조선의 서쪽 끝에 있다는
그 가거도

283
00:15:05,814 --> 00:15:09,025
예, 흑산도보다 더 멀지라우
[웃음]

284
00:15:09,109 --> 00:15:11,152
먼 데서 시집오셨네그려

285
00:15:11,236 --> 00:15:12,362
(가거댁) 그랑께 말이어라

286
00:15:12,445 --> 00:15:14,364
내가 저 먼 데서 왔더만

287
00:15:14,864 --> 00:15:16,408
서방은 뭣이 급하다고

288
00:15:16,491 --> 00:15:18,159
더 먼 데로 가 불고
[가거댁의 웃음]

289
00:15:19,077 --> 00:15:20,578
이거 홍어 생물인디

290
00:15:20,662 --> 00:15:22,622
여 한번 드셔 보시제라이

291
00:15:22,706 --> 00:15:25,333
(풍헌) 그나마 시부모도
일찌거니 가 줬응께 거시기 허지

292
00:15:25,417 --> 00:15:27,919
{\an5}안 그렸어 봐
서방도 없는 시집살이를…
[풍헌의 웃음]

293
00:15:28,586 --> 00:15:30,547
여지껏 하고 있었을 거 아니여
[함께 웃는다]

294
00:15:31,214 --> 00:15:33,466
허기사 그 양반들이
나한테 밭뙈기라도

295
00:15:33,550 --> 00:15:35,677
저렇게 물려줬응께
내가 혼자 살었지

296
00:15:35,760 --> 00:15:37,846
(가거댁) 안 그랬으면 벌시로…
[가거댁의 웃음]

297
00:15:39,431 --> 00:15:40,265
아이

298
00:15:40,348 --> 00:15:42,559
저, 이게 입에
맞으실랑가 모르겄네

299
00:15:42,642 --> 00:15:43,727
[가거댁의 웃음]

300
00:15:43,810 --> 00:15:47,147
씁, 글쎄, 생물 홍어는 처음이라…

301
00:15:47,731 --> 00:15:51,109
(풍헌) 잉, 이 홍어는
원래 생물이 진짠디요

302
00:15:51,192 --> 00:15:53,403
아, 여거서 나주까지
싣고 가는 사이에 그냥

303
00:15:53,486 --> 00:15:55,488
푹 허니 삭아져 버리니께

304
00:15:55,572 --> 00:15:58,324
육지 사람들은
이 맛을 알 수가 없지라

305
00:15:59,451 --> 00:16:00,535
[오도독]

306
00:16:04,914 --> 00:16:06,750
음, 다른 맛이네

307
00:16:08,168 --> 00:16:10,336
이런 맛일 거라고는
꿈에도 생각도 못 했네

308
00:16:10,420 --> 00:16:11,379
[함께 웃는다]

309
00:16:11,463 --> 00:16:12,797
찰지고 맛있지라?

310
00:16:12,881 --> 00:16:14,299
[가거댁의 웃음]
[편안한 음악]

311
00:16:14,382 --> 00:16:16,968
아, 근데 창대가 어째 안 올께라?

312
00:16:17,051 --> 00:16:19,429
(가거댁) 홍어도
창대한테 싸게 갖고 왔는디

313
00:16:19,512 --> 00:16:20,847
(풍헌) 아, 그러게 말이여

314
00:16:20,930 --> 00:16:23,141
아, 나리한테
제일로 먼저 달려왔어야 할 놈인디

315
00:16:23,224 --> 00:16:24,350
[풍헌의 웃음]

316
00:16:25,059 --> 00:16:25,935
아!

317
00:16:26,019 --> 00:16:29,272
동네에 창대라는
총각 놈이 하나 있는디요

318
00:16:29,355 --> 00:16:30,607
아, 글씨, 이놈이

319
00:16:30,690 --> 00:16:34,444
'천자문', '소학'
'명심보감'까지 다 띠었는디

320
00:16:34,527 --> 00:16:36,446
동네에 더는 읽을 책이 없어 갖고

321
00:16:36,529 --> 00:16:37,906
못 읽고 있지라우

322
00:16:37,989 --> 00:16:43,203
근디 이놈한테 맨 처음
'천자문'을 가르쳐 준 사람이

323
00:16:43,286 --> 00:16:45,663
바로 접니다요
[풍헌의 웃음]

324
00:16:46,206 --> 00:16:48,458
아유, 잘난 척 좀 그만하쇼
[가거댁의 웃음]

325
00:16:48,541 --> 00:16:49,751
[멀리서 개가 짖는다]
[풀벌레 울음]

326
00:16:49,834 --> 00:16:51,377
(창대) '순천자'

327
00:16:51,461 --> 00:16:54,380
즉, 하늘에 따르는 자는 흥허고

328
00:16:54,464 --> 00:16:55,632
응

329
00:16:55,715 --> 00:16:57,175
[창대가 중얼거린다]
오매, 깝깝한 거

330
00:16:58,510 --> 00:17:01,805
나주 한번 갔다 오라는 것이
뭣이 그라고 어렵냐!

331
00:17:01,888 --> 00:17:03,306
(창대) 거그를 거, 뭣 허게 가요

332
00:17:03,389 --> 00:17:05,391
고짝에 대고는 오줌도 싸기 싫은디

333
00:17:06,601 --> 00:17:08,978
이, 이 오살할 놈아
[창대를 탁 때린다]

334
00:17:09,521 --> 00:17:11,523
그람서 책은 뭣 허게 읽냐?

335
00:17:11,606 --> 00:17:15,235
니 어려서는 아부지한테
이쁨받을라고 읽었다 치고야

336
00:17:16,069 --> 00:17:18,822
인자는 똑같은 책
백 번, 천 번 읽은들

337
00:17:18,905 --> 00:17:21,032
벼슬을 허냐, 밥이 나오냐?

338
00:17:21,115 --> 00:17:23,743
- 아따, 뭔 말을 그라고 해 부요?
- (창대 모) 뭣을?

339
00:17:24,577 --> 00:17:26,454
'오살할 놈'이 뭐여
'오살할 놈'이!

340
00:17:26,538 --> 00:17:28,540
'명심보감'에 삼종지도라 안 했소!

341
00:17:29,040 --> 00:17:31,709
인자는 나가 어버이고 지아비인디
[창대 모의 한숨]

342
00:17:32,919 --> 00:17:35,380
엄니, 말 좀 가려 가면서 하쇼잉

343
00:17:35,463 --> 00:17:36,881
니가 지아비냐?

344
00:17:36,965 --> 00:17:37,924
지아비여?

345
00:17:38,007 --> 00:17:38,925
[창대가 책을 사락 넘긴다]

346
00:17:39,008 --> 00:17:40,760
지아비가 멀쩡하니 살아 있구먼

347
00:17:40,844 --> 00:17:43,429
(창대) 엄니한테는
지아비가 있는가 몰라도

348
00:17:43,513 --> 00:17:45,181
나는 엄니밖에 없는디?
[창대 모의 한숨]

349
00:17:45,890 --> 00:17:47,934
(창대 모) 아유, 오살할…
[창대의 웃음]

350
00:17:48,017 --> 00:17:49,811
[흥미로운 음악]
[웃으며] 염병, 염병

351
00:17:49,894 --> 00:17:51,813
염병하고 자빠졌네

352
00:17:55,525 --> 00:17:56,734
(가거댁) 오매, 오매매

353
00:17:56,818 --> 00:17:59,070
아이고, 왜 이러신다요

354
00:17:59,863 --> 00:18:01,739
이리 내쇼, 이리

355
00:18:01,823 --> 00:18:04,075
아, 언능 진지 차려 드릴랑께
들어가 계시쇼

356
00:18:04,158 --> 00:18:05,285
괜찮네

357
00:18:05,368 --> 00:18:07,036
밥값은 해야 될 것 아닌가

358
00:18:12,166 --> 00:18:14,377
[멀리서 개가 짖는다]
[닭 울음]

359
00:18:15,420 --> 00:18:16,629
[염소 울음]

360
00:18:17,714 --> 00:18:20,925
{\an5}[입바람을 후 분다]
(창대 모) 저 똑똑한 대굴빡 갖고
허구한 날

361
00:18:22,594 --> 00:18:24,971
바닷가 가서
허송세월이나 허고 있으니

362
00:18:25,054 --> 00:18:26,431
[창대 모의 한숨]

363
00:18:26,514 --> 00:18:27,974
[문이 삐그덕 열린다]
저것을 어찌까잉

364
00:18:31,936 --> 00:18:33,813
저기에 먹을 물이 내려오고

365
00:18:35,899 --> 00:18:37,775
앞바다가 잔잔하니

366
00:18:38,484 --> 00:18:40,111
(약전) 마을이 들어섰구나

367
00:18:45,658 --> 00:18:47,368
고기 잡으러 가냐? 씨벌 놈아

368
00:18:49,037 --> 00:18:50,330
(창대) 아따

369
00:18:50,914 --> 00:18:53,708
가시나 주둥이로
'씨벌 놈'이 뭐냐, '씨벌 놈'이

370
00:18:54,792 --> 00:18:56,794
니 그라고
니 아무리 깨복쟁 친구라도

371
00:18:56,878 --> 00:18:58,379
붕우의 예라는 것이 있는디

372
00:18:58,463 --> 00:18:59,297
마…
[창대의 못마땅한 숨소리]

373
00:18:59,380 --> 00:19:00,506
'붕우'?

374
00:19:00,590 --> 00:19:01,966
그것이 뭔 붕알인디?

375
00:19:02,675 --> 00:19:03,801
소붕알?

376
00:19:03,885 --> 00:19:04,802
아, 뭐, 돼지 붕알?

377
00:19:04,886 --> 00:19:06,304
워메

378
00:19:06,387 --> 00:19:08,514
[흥미로운 음악]
됐다, 내가 니하고 뭔 말을 하겄냐

379
00:19:09,599 --> 00:19:10,433
가야

380
00:19:11,267 --> 00:19:12,143
가라고

381
00:19:13,561 --> 00:19:15,730
거, 아는 척은
드럽게 해 쌓네, 씨벌 놈

382
00:19:17,065 --> 00:19:18,232
[파도 소리]

383
00:19:24,280 --> 00:19:25,782
(약전) 너 이리 좀 와 보거라

384
00:19:30,328 --> 00:19:31,329
언능

385
00:19:35,917 --> 00:19:38,086
이것의 이름이 무엇이냐?

386
00:19:40,254 --> 00:19:41,464
홍미잘이구마이

387
00:19:41,547 --> 00:19:42,882
무슨 뜻이냐?

388
00:19:42,966 --> 00:19:45,468
미잘은 똥구멍이고
똥구멍은 빨강께

389
00:19:46,427 --> 00:19:47,804
'붉을 홍' 자 써 가지고

390
00:19:48,721 --> 00:19:49,555
홍미잘이요

391
00:19:52,725 --> 00:19:53,810
[생각하는 숨소리]

392
00:19:55,311 --> 00:19:56,729
[찍]
[놀란 소리]

393
00:19:56,813 --> 00:19:57,689
[웃음]

394
00:19:58,856 --> 00:20:02,360
[웃으며] 아, 이놈이
성난 표시를 이렇게 하는구나

395
00:20:04,028 --> 00:20:05,905
(약전) 이, 먹을 수 있는 것이냐?

396
00:20:07,115 --> 00:20:09,367
우리들은 안 먹어 봤는디
[헛기침]

397
00:20:10,159 --> 00:20:12,120
자시고 싶으시면 자셔 보시든가요

398
00:20:14,539 --> 00:20:15,832
(약전) 창대야

399
00:20:17,458 --> 00:20:20,336
내 혹시나 해서 불러 봤는데
알아맞혔구나

400
00:20:22,171 --> 00:20:23,881
거참, 신통한 일이다

401
00:20:23,965 --> 00:20:24,924
[웃음]

402
00:20:28,678 --> 00:20:30,722
[약전의 헛기침]
[흥미로운 음악]

403
00:20:39,063 --> 00:20:40,898
[힘주는 소리]

404
00:20:42,150 --> 00:20:43,317
[가거댁의 한숨]

405
00:20:43,401 --> 00:20:44,736
(가거댁) 아따…

406
00:20:46,904 --> 00:20:49,157
{\an5}(약전) 그 어린 소나무를
왜 뽑고 계시는가?
[가거댁의 놀란 숨소리]

407
00:20:49,240 --> 00:20:50,616
(가거댁) 아이고, 워메

408
00:20:50,700 --> 00:20:52,827
크면 다 나라의 재산이 될 텐데

409
00:20:52,910 --> 00:20:55,246
아, 나타나시려면
좀 소리라도 좀 내시지

410
00:20:55,329 --> 00:20:56,664
(가거댁) 아휴

411
00:20:56,748 --> 00:20:57,999
아이고야

412
00:20:59,417 --> 00:21:01,753
나라에는요, 도움이 될랑가 몰라도

413
00:21:02,378 --> 00:21:05,548
지는 이것이 다 크면
재산을 뺏기니께요

414
00:21:05,631 --> 00:21:07,383
알아듣게 좀 말해 보게

415
00:21:08,092 --> 00:21:09,927
여기 흑산 사람들은요

416
00:21:10,011 --> 00:21:11,929
요 소나무 땜시
아주 살 수가 없어라

417
00:21:12,013 --> 00:21:14,849
(가거댁) 아, 내 산의 소나무
하나도 못 베게 하면서

418
00:21:14,932 --> 00:21:17,977
요 짜잘한 거까지 다
세금을 매겨 분디 어떻게 산다요

419
00:21:19,062 --> 00:21:19,896
[한숨]

420
00:21:21,481 --> 00:21:25,693
나리님께서 임금님한테 상소 좀
올려 주시면 안 되겄어라?

421
00:21:26,652 --> 00:21:27,779
상소?

422
00:21:29,489 --> 00:21:30,948
유배 죄인이

423
00:21:32,116 --> 00:21:34,368
어찌 상소를 올리겠는가

424
00:21:36,037 --> 00:21:37,038
[구시렁거린다]

425
00:21:38,331 --> 00:21:41,292
{\an5}[발랄한 음악]
(가거댁) 이씨
죽여 버려야 써, 죽어

426
00:21:54,180 --> 00:21:55,306
(약전) 창대야

427
00:21:58,142 --> 00:21:59,560
게 서지 못하겠느냐!

428
00:22:05,066 --> 00:22:08,528
사내놈이 그렇게 숫기가 없어서
어디에 쓰느냐?

429
00:22:11,239 --> 00:22:13,199
내가 그렇게 어려운 사람이 아니다

430
00:22:14,033 --> 00:22:15,409
그러니 글 배우러 오거라

431
00:22:16,119 --> 00:22:17,245
하나!

432
00:22:17,328 --> 00:22:19,205
나도 그냥은 가르쳐 줄 수 없으니

433
00:22:19,789 --> 00:22:22,875
물고기라도 몇 마리
가져와야 되지 않겠느냐?

434
00:22:23,793 --> 00:22:25,503
말씀은 겁나게 고마운디

435
00:22:26,087 --> 00:22:28,339
지는 나리한테 배울 마음이
눈곱만치도 없구먼이라

436
00:22:29,465 --> 00:22:30,299
뭐?

437
00:22:30,800 --> 00:22:32,009
지 가요잉

438
00:22:32,510 --> 00:22:34,262
이런 상놈의 자식이

439
00:22:38,057 --> 00:22:39,016
이유가 뭐냐?

440
00:22:40,393 --> 00:22:41,936
나리는 사학죄인잉께요

441
00:22:43,729 --> 00:22:47,859
400년을 이어 온 주자의 나라에서
임금도 없고, 부모도 없고

442
00:22:48,943 --> 00:22:50,444
제사도 안 모신다니

443
00:22:50,945 --> 00:22:52,822
(창대) 고것이 역적의 생각과
뭣이 다른 게라

444
00:22:54,740 --> 00:22:56,325
지도 물들까 봐 거시기 허요

445
00:22:57,118 --> 00:22:57,952
잉?

446
00:22:58,744 --> 00:22:59,787
아짐도 조심하쇼

447
00:23:00,580 --> 00:23:01,873
(가거댁) 오매, 오매, 오매, 오매

448
00:23:01,956 --> 00:23:03,749
저, 저, 저, 저 오살할 놈

449
00:23:03,833 --> 00:23:06,002
아주 그냥 주둥이를
꼬매 불든지 해야지, 그냥

450
00:23:06,085 --> 00:23:07,295
[멀어지는 발걸음]
이런…

451
00:23:07,378 --> 00:23:08,379
아유

452
00:23:08,462 --> 00:23:10,715
주자는 참 힘이 세구나

453
00:23:10,798 --> 00:23:12,758
(가거댁) 저런, 저…
[무거운 음악]

454
00:23:13,301 --> 00:23:15,261
[풀벌레 울음]
[밤새 울음]

455
00:23:20,933 --> 00:23:23,436
{\an5}[한숨]
(승훈) 로마 교황청에서
북경 성당을 통해서

456
00:23:24,604 --> 00:23:27,106
조상 제사 금지령을 내리셨다네

457
00:23:28,316 --> 00:23:29,817
이 사실을 하루속히

458
00:23:30,484 --> 00:23:33,112
신자들에게 알려야 되지 않겠나?

459
00:23:33,195 --> 00:23:34,030
(약전) 뭐요?

460
00:23:35,239 --> 00:23:38,326
효가 근본인 유교의 나라에서
제사를 금하다니요!

461
00:23:39,619 --> 00:23:40,828
교황청의 명이니

462
00:23:41,412 --> 00:23:43,539
조선의 충직한 신자들은

463
00:23:43,623 --> 00:23:46,459
제사를 폐하는 것은 물론이고
위패까지 태우려 들 텐데

464
00:23:46,542 --> 00:23:48,252
그 신자들을 다 죽일 것이오?

465
00:23:50,296 --> 00:23:52,757
나는 역적이 되느니
차라리 배교를 하겠소

466
00:23:56,677 --> 00:23:57,762
주자는

467
00:23:57,845 --> 00:23:59,180
[문이 삐거덕 열린다]

468
00:23:59,263 --> 00:24:01,307
참으로 힘이 세구나
[문이 삐거덕 닫힌다]

469
00:24:10,316 --> 00:24:11,484
(약전) 가거댁

470
00:24:11,984 --> 00:24:13,527
여기 술 떨어졌네

471
00:24:13,611 --> 00:24:15,321
술 좀 내오시게

472
00:24:15,947 --> 00:24:16,906
(가거댁) 예

473
00:24:19,325 --> 00:24:21,202
술독을 싹싹 긁어서

474
00:24:21,285 --> 00:24:23,120
요것이 다여라

475
00:24:25,581 --> 00:24:27,667
속이 많이 상하셨는가 비네요

476
00:24:28,376 --> 00:24:29,377
(약전) 가거댁도

477
00:24:30,086 --> 00:24:32,797
내가 사학죄인이라 불편한가?

478
00:24:33,297 --> 00:24:34,674
내가 께름직한가?

479
00:24:34,757 --> 00:24:35,925
아이고, 아니어라

480
00:24:37,718 --> 00:24:38,719
잘생겼어라

481
00:24:38,803 --> 00:24:39,887
[약전의 웃음]

482
00:24:39,971 --> 00:24:40,930
[살짝 웃는다]

483
00:24:44,350 --> 00:24:45,434
[약전의 한숨]

484
00:24:45,518 --> 00:24:46,978
(약전) 달 좋다

485
00:24:48,104 --> 00:24:49,605
달구경 가자

486
00:24:52,358 --> 00:24:53,484
[술 취한 숨소리]

487
00:24:58,781 --> 00:25:00,908
[무거운 음악]

488
00:25:09,208 --> 00:25:11,335
{\an8}(약용) 북풍이 나를 몰고 오다가

489
00:25:17,550 --> 00:25:19,176
{\an8}바다를 만나 멎더니

490
00:25:20,636 --> 00:25:23,305
{\an8}우리 형은 더 거센 바람을 만나

491
00:25:25,349 --> 00:25:28,269
{\an8}깊은 바닷속까지 들어갔다네

492
00:25:30,438 --> 00:25:33,733
{\an8}(약전) 두고 온 아내는
과부가 되고

493
00:25:35,067 --> 00:25:36,861
{\an8}이별한 자식은

494
00:25:37,778 --> 00:25:39,655
{\an8}고아가 됐다네

495
00:25:42,408 --> 00:25:44,910
{\an8}(약용) 그분이 바다로
들어갈 때만 해도

496
00:25:45,911 --> 00:25:48,873
{\an8}태연히 희열을 느끼는 듯하였네

497
00:25:50,207 --> 00:25:53,419
(복례) 아따, 달이 밝응께
멸치도 많이 올라오겄다잉

498
00:25:53,502 --> 00:25:55,796
(창대) 집에서 퍼 자지
거, 뭣 한다고 계속 따라 나오냐

499
00:25:55,880 --> 00:25:57,840
(복례) 염병해 쌓네
따라가긴 누가 따라가야

500
00:25:57,923 --> 00:25:59,759
밤 멸치는 니만 잡냐?

501
00:25:59,842 --> 00:26:01,343
니 내 옆으로 오기만 해 봐

502
00:26:01,427 --> 00:26:03,721
(창대) 안 가야
그라고 니 말조심해라이

503
00:26:05,139 --> 00:26:07,475
{\an8}(약용) 가슴속에는
호걸 기풍이 있어

504
00:26:09,560 --> 00:26:10,770
{\an8}백 번 눌러도

505
00:26:11,395 --> 00:26:13,230
{\an8}백 번 다 일어났지

506
00:26:14,815 --> 00:26:17,943
{\an8}(약전) 어디서 왔는지
두 그릇의 밥이

507
00:26:19,111 --> 00:26:22,948
{\an8}홀연히 와서
나를 먹고 살게 해 주는데

508
00:26:23,949 --> 00:26:27,620
{\an8}황제가 아무리 큰 부자라지만

509
00:26:28,496 --> 00:26:29,997
{\an8}그도 내내

510
00:26:30,623 --> 00:26:32,666
{\an8}이렇게 살 뿐이라네

511
00:26:33,459 --> 00:26:34,960
{\an8}(약용) 흑산은 원래

512
00:26:35,795 --> 00:26:37,588
{\an8}너무나 먼 섬이라서

513
00:26:38,380 --> 00:26:40,216
{\an8}눈으로는 보이지 않고

514
00:26:41,175 --> 00:26:43,719
{\an8}훌륭한 가문이 무참히 주저앉는 데

515
00:26:44,553 --> 00:26:47,306
{\an8}불과 5년이 걸렸다네

516
00:26:51,018 --> 00:26:52,478
[거센 파도 소리]

517
00:26:52,561 --> 00:26:54,188
아, 무섭다

518
00:26:55,815 --> 00:26:56,899
집에 가자

519
00:26:59,693 --> 00:27:00,694
(창대) 복례야

520
00:27:01,654 --> 00:27:03,781
쩌그 저, 사람 아니냐?

521
00:27:03,864 --> 00:27:05,407
(복례) 아, 누군데 저기 있대?

522
00:27:10,412 --> 00:27:11,747
[창대의 놀란 숨소리]
오매

523
00:27:12,373 --> 00:27:13,624
없어져 불었어야

524
00:27:18,212 --> 00:27:20,881
(풍헌) 창대가 밤 멸치
잡으러 갔다 봐서 망정이지

525
00:27:20,965 --> 00:27:23,092
[새가 지저귄다]
아주 그냥 큰일 치를 뻔했네그랴

526
00:27:24,426 --> 00:27:27,096
음식은 입에도 못 대고
이라고 누워만 계신께

527
00:27:27,179 --> 00:27:29,056
내가 아주 속상해 죽겄어라

528
00:27:29,723 --> 00:27:32,184
(풍헌) 그 먼 유배 길을
쉬도 못하고 왔을 것인디…

529
00:27:32,268 --> 00:27:34,436
아이, 그랑께 뭣 할라고
술 처먹고서 그런…

530
00:27:36,063 --> 00:27:38,232
아니, 저, 약주를 자시고

531
00:27:38,315 --> 00:27:40,609
나가셔 가지고
그런 사달이 났을까요

532
00:27:41,694 --> 00:27:42,611
[가거댁의 한숨]

533
00:27:42,695 --> 00:27:45,948
요럴 때 그냥 민어 한 마리를
팍 고아 가지고 잡수면

534
00:27:46,031 --> 00:27:47,575
(가거댁) 뻘떡 인나실 것인데

535
00:27:51,162 --> 00:27:53,205
(가거댁) [놀라며] 오매
오매, 오매

536
00:27:53,289 --> 00:27:54,248
[놀란 숨소리]

537
00:27:54,331 --> 00:27:55,916
아이고야, 어유

538
00:27:56,000 --> 00:27:57,501
미, 민어를 찾았더니

539
00:27:58,169 --> 00:27:59,461
문어가 와 버렸어야

540
00:27:59,545 --> 00:28:01,213
(창대) 민어는 복날에 먹는 것이고

541
00:28:01,297 --> 00:28:02,882
기력은 문어제라

542
00:28:02,965 --> 00:28:04,675
'동의보감'서도 그라요
[차분한 음악]

543
00:28:06,260 --> 00:28:08,512
(가거댁) 아이고, 창대야, 고맙다
어? 고마워잉

544
00:28:09,221 --> 00:28:12,224
니가 시상에서 제일이다!
어? 제일이여!

545
00:28:17,938 --> 00:28:19,815
(가거댁) 억지로라도 잡숴야 써라

546
00:28:20,858 --> 00:28:21,692
[약전의 한숨]

547
00:28:22,401 --> 00:28:25,321
아이고, 이거 잡수면
살아나신당께요

548
00:28:25,863 --> 00:28:27,990
언능 인나 보쇼

549
00:28:28,073 --> 00:28:30,534
내가 잡아 드릴 테니께, 아이고

550
00:28:30,618 --> 00:28:32,244
[가거댁의 힘주는 소리]

551
00:28:32,328 --> 00:28:33,412
아이고

552
00:28:33,495 --> 00:28:35,706
{\an5}[약전의 힘주는 소리]
오매, 오매, 오매
오매, 오매, 오매

553
00:28:35,789 --> 00:28:37,750
아이고, 씨, 남사스럽게, 아휴

554
00:28:37,833 --> 00:28:39,126
[약전의 힘겨운 숨소리]
아휴, 저

555
00:28:39,210 --> 00:28:42,171
아, 깜짝이야
세, 세, 세 숟갈만 좀…

556
00:28:43,130 --> 00:28:45,883
잉? 세 숟갈만 좀 드셔 보쇼
[약전의 한숨]

557
00:28:46,425 --> 00:28:48,135
딱 세 숟갈이네

558
00:28:51,931 --> 00:28:53,474
[약전의 힘겨운 숨소리]

559
00:29:03,984 --> 00:29:05,069
[약전의 한숨]

560
00:29:15,204 --> 00:29:16,330
[살짝 웃는다]

561
00:29:17,081 --> 00:29:17,957
봐요

562
00:29:18,666 --> 00:29:20,376
(가거댁) 살아나신당께

563
00:29:20,960 --> 00:29:23,879
산삼보다 더 좋은 것이
문어여라, 문어

564
00:29:23,963 --> 00:29:24,922
[가거댁이 살짝 웃는다]

565
00:29:25,005 --> 00:29:26,215
[흥미로운 음악]

566
00:29:29,593 --> 00:29:30,844
[약전의 헛기침]

567
00:29:35,641 --> 00:29:36,559
아이고

568
00:29:37,101 --> 00:29:38,936
인제 다 살아나셨네

569
00:29:40,688 --> 00:29:41,605
[약전의 개운한 탄성]

570
00:29:45,109 --> 00:29:47,152
(약전) 하, 바로 잡은 문어 맛이

571
00:29:48,112 --> 00:29:49,947
정녕 이런 맛이란 말인가?

572
00:29:51,699 --> 00:29:53,909
전복도 입에 착착 감기고

573
00:29:55,411 --> 00:29:56,745
아니, 이 귀한 것을

574
00:29:57,580 --> 00:29:58,664
누가 구했나?

575
00:29:59,331 --> 00:30:00,666
해녀가 물질했나?

576
00:30:00,749 --> 00:30:02,418
아유, 창대가요

577
00:30:02,501 --> 00:30:05,296
창대가 아주 물질을 잘혀라

578
00:30:06,338 --> 00:30:08,424
이놈이 나를 두 번 살리는군

579
00:30:09,967 --> 00:30:10,884
[옅은 한숨]

580
00:30:14,388 --> 00:30:16,348
[밝은 음악]
[창대의 가쁜 숨소리]

581
00:30:18,142 --> 00:30:19,101
(창대) 성님!

582
00:30:20,019 --> 00:30:20,894
성님

583
00:30:20,978 --> 00:30:22,354
(주민4) 어이, 창대

584
00:30:22,438 --> 00:30:23,272
(창
